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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기금, 비상금처럼 사용되고 있다…그 책임은 누가 지나

최종표 발행인 | 기사입력 2026/04/20 [10:03]

체육기금, 비상금처럼 사용되고 있다…그 책임은 누가 지나

최종표 발행인 | 입력 : 2026/04/20 [10:03]

▲ 최종표 발행인 ©무예신문

대한민국 체육 진흥을 위해 조성된 재원이 정작 목적을 떠나 다른 곳에 쓰이고 있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국민체육진흥기금은 태생부터 목적이 분명한 재원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유산을 바탕으로 국민 체력 증진과 체육 발전을 위해 쓰이도록 설계됐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지난 35년간 약 25조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왔다. 이 재원은 한국 체육의 성장과 저변 확대를 떠받치는 핵심 동력이다.

 

체육기금은 생활체육 인프라를 확충하고, 국가대표와 유망주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또 장애인체육과 소외계층 체육활동 지원, 국내 스포츠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쓰여왔다. 태권도와 씨름 같은 전통 종목 진흥은 물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같은 국제대회 개최 역시 이러한 재정적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문제는 이 기금이 본래 취지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예술·영화·관광 분야로 전출이 반복되면서 체육기금이 사실상 타 분야의 부족한 재원을 채워주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에서도 2천억 원이 넘는 체육기금이 타 분야로 흘러나갔다.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 뒤따르지만, 이는 근본적인 구조 개선 없이 문제를 미루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지난 10년간 1조 원 이상이 다른 분야로 전출됐다는 것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비상금처럼 취급된 셈이다.

 

그 사이 체육 현장은 여전히 빈곤하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늘 ‘예산이 없다’고 호소한다. 체육기금이 밑 빠진 항아리가 되고 있으니 체육에 쓸 돈이 있겠는가. 동계종목 선수들은 훈련시설이 부족해 해외 전지훈련에 의존하고, 생활체육 지도자들의 처우는 여전히 개선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기금의 외부 유출은 체육계의 박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재정은 선택의 결과이다. 어디에 쓰느냐는 정책의 방향을 드러낸다.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써야 할 체육기금이 반복적으로 다른 분야의 재정 공백을 메우는 데 쓰이고 있다면, 이는 체육이 정책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다는 방증이다.

 

체육은 국민의 일상과 건강, 공동체의 활력을 떠받치는 에너지다. 그렇기에 체육을 위한 재원은 ‘남으면 쓰는 돈’이 아니라, 축적해 놓아야 할 기반이어야 한다. 곶감을 하나씩 빼먹듯 줄어드는 체육기금은 결국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출의 규모를 따지는 수치 논쟁이 아니다. 기금이 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목적에 맞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재점검이다. 체육을 위해 조성된 재원이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지출되고 있는지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절실한 시점이다.

최종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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