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만남에서도 전통무예 진흥 기본계획이나 전통무예진흥법, 육성 종목 지정, 전통무예 활성화 대책 등 막힘 없는 지론을 피력했다. 오랜 기간의 연구, 정책 입안 참여 경력이 뒷받침된 명쾌한 설명을 들어본다.
▲ 전통무예진흥법이 개정됐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 전통무예진흥법이 개정까지 되었지만, 여전히 완벽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특히 전통무예진흥법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학자의 관점에서 더욱 그렇다. 전통무예진흥법에 대해 많은 무예인을 포함한 일반 국민이 호감을 갖는 면도 있지만, 전통무예진흥법이 모두를 다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예컨대 전통무예로 인정되는 연한을 따질 때 우리는 유럽과 비교를 했다. 동양과 서양은 분명 차이가 있다. 유럽이 전통무예로 인정하는 연한은 30년을 1세대로 보고, 적어도 3세대 정도를 형성할 때 전통무예로 본다. 그렇다면 그것이 대한민국 현실에 맞는 기준인가라는 의문점이 생긴다. 우리는 기준점이 없는 상태에서 산정했기 때문에 30년씩 3세대는 너무 길다고 판단했다.
전통이라는 게 과연 몇 년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우리 선택은 50년이었다. 이유는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전통무예 연한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쾌하지는 않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 또 실정에 근접되는 쪽으로 연한 범위를 좁히면 좋겠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문제는 이 연한에 대해 국민과 무예인들의 합의가 확실히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전통무예진흥법의 골간이 될 수 있는 전통무예 인정 연한을 소홀히 다뤘다. 이는 적은 횟수의 공청회, 토론회, 세미나와 무예 단체 간 합의 도출 실패가 원인이다. 충격적이겠지만 전통무예진흥법에는 50년이라는 연한이 명시적으로 적시되어 있지는 않다.
두 번째 전통무예라고 인정받고자 하는 종목이 너무 많다. 대동소이한 종류의 종목이 난립해 있다. 가령 합기도만 해도 40여 개가 넘는 단체가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주장한 것이 종목별 ‘대의원제’이다. 2~3년씩 종목별 단체장들이 돌아가며 대표를 맡는 ‘대의원제’에 대한 피드백이 없다. 답이 없는 이유는 자신만이 이 종목 대표를 거머쥐어야겠다는 아집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의원과 전통무예 육성 종목 지정과는 별개 사안이다. 그 주장을 펼칠 시점에 코로나 사태가 나서 공식적인 채널을 활용할 수 없었다.
▲ 전통무예진흥법이 실효적이지 못한 이유와 제 기능을 하기 위한 방안. ⇒ 먼저 무예 단체 조직 정비 방안을 국가 프로젝트로 정해 찬성, 반대 관계없이 공식적인 공청회를 세 번 열기도 했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당시에 제법 많은 수의 무예인이 모였다. 한때는 무예인들이 전통무예를 비롯한 무예 발전에 관한 관심이 컸었다는 방증이다. 일명 ‘무진법’으로 불리는 전통무예진흥법이 그 실행 면에서 답보 상태인 원인은 정부 측에도 있고 무예계에도 있다.
무예 단체의 경우 강하게 공식적인 건의를 할 필요가 있다. 공청회, 세미나, 토론회나 포럼 등을 개최하면서 중지를 모았어야 했다. 설령 계획대로 진행이 안 되더라도 언젠가는 진행을 해야 한다. 특히 토의를 통해 목소리를 낼 건 내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는 작업을 꾸준히 해야 한다.
정부 역시 아쉬운 대목이 많다. 가장 큰 아쉬움은 지속성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소관 부서는 물론이고 담당자까지 지나치게 자주 바뀌면서 정책 집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체부와 전통무예 담당자가 그러기를 10여 년 이상 반복하면서 전통무예진흥법은 자리를 못 잡고 표류하는 현실을 맞고 있다. 담당 공무원들도 전통무예에 관한 정책이나 사업이 매듭지어질 때까지는 자리를 유지하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물론 무예위원이나 각종 정책에 연구를 맡아 봤던 나 역시 결말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연구를 하고 대안을 마련해 공청회를 통해 발표하려고 해도 코로나19 등으로 행사가 무산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거나 대안을 얻어낼 방법이 묘연해졌다. 결국 고위층 최종 결정자가 책임감을 갖고 전통무예진흥법의 안착과 활성화를 이루는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평소 내 지론이다.
아울러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점은 명문화되지 않은 발언을 과잉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런 언행은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한다. 오해와 억측을 낳기 때문이다. 또 소관 부처인 문체부 직원들한테 과격한 언사를 하는 일도 절대적으로 삼가해야 한다.
무진법의 생동감 있고, 속도감 있는 정책 진행을 위해 정부나 이해 당사자인 무예 단체장이 아닌 객관적인 입장의 합리성을 갖춘 인사들이 전통무예진흥법의 집행을 이끌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물론 전통무예진흥법이 정상적인 궤도에 오를 때까지 만이다.
⇒ 전통무예 종목을 방과 후 과정에 넣는다든지 주민센터나 복지관의 생활체육 프로그램에 편성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이는 국민적 인프라를 확대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지자체별로 조례를 만들어서 전통무예를 지원하는 방안이 있다. 해당 지역에 기반을 둔 무예를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이다. 천안의 ‘천무극’이 추천할 만한 사례이다. 서울과 지방 모두 각 지역이 내세우는 전통무예를 주제로 축제나 행사 등을 개최하면 좋을 것이다.
전통무예와 관련 있는 상징적인 날을 택해 ‘무예의 날’을 지정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 무진법의 국회 통과일이나 이순신 장군 탄생일을 무예의 날로 정하자는 의견들도 있다.
▲ 큰 틀에서 볼 때 전통무예 육성 종목은 어떻게 선정되어야 하나. ⇒ 정부 공고를 통한 서류심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 단체가 자신들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들어 특혜를 바라면 안 된다. 이후 전문성과 객관성을 갖춘 인사들을 통해 육성 종목을 선정해야 한다.
다만 탈락한 종목도 요건을 갖춘 후에는 육성 종목에 편입되게 하여야 한다. 이런 절차가 합당한 종목 선정 방법일 것이다.
▲ 무예인들에 대한 제언. ⇒ 뭐니 뭐니 해도 열린 마음 자세이다. 이미 밝혔듯이 종목별로 1명의 대의원을 내세워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 것이다. 종목별 대의원은 그 종목에 속한 무예 단체장들이 순환하며 맡으면 분란도 없을 것이다.
각 단체장도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생각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자기 단체의 발전을 위해야 하는 단체장이라면 응당 자신의 이익보다는 단체와 종목, 무예계 전체의 성장을 우선시해야 한다.
Profile - 용인대학교 명예교수 - 前 대한체육회 무예위원 - 前 한국‧아시아운동역학회장 - 前 학국체육학회 원로교수회 회장 <저작권자 ⓒ 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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