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 무두질
색을 입히는 일이다 아니, 천연의 색을 신에게 바치는 일이다 천이백 년의 세월을 두고 손끝에서 손끝으로 전해져 온 색의 마법을 무르팍까지 걷어 올리고 도가니 속에서 발로 색을 빗어내는 일이다 화염처럼 코끝으로 파고드는 악취, 삼키고 삼켜 붉은 핏물 씻어내는 일이다 타닌과 함께 무너지는 일이다 누군들 벗어날 수 있을까 가죽에서 살점 떼어 내는 이 고독한 혁명 같은 일상을 모로코의 푸른 하늘은 날마다 죽은 짐승의 붉은 살점과 핏물을 쳐다보다 가끔 무두질하는 테너리 사람들 내려다보고 있다 구름 한 점 없이.
강민숙 시인
전북 부안 출생. 동국대 문예창작과 석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박사학위. 1992년 등단, 아동문학상 허난설헌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서울문학상 수상.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둥지는 없다」, 「채석강을 읽다」, 「녹두꽃은 지지 않는다」 외 10여 권의 저서.
전 「동강문학」 발행인 겸 주간, 도서출판 「생각이 크는 나무」 대표. 부안군 동학농민혁명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부안군 지역 경제발전 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작가회 이사,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대변인, 아이클라 문예창작원. <저작권자 ⓒ 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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