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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숙 시인 ‘맨시(詩)’

강민숙 시인 | 기사입력 2026/08/19 [13:01]

강민숙 시인 ‘맨시(詩)’

강민숙 시인 | 입력 : 2026/08/19 [13:01]

▲ 무예신문

 

맨시(詩)

 

해묵어 제대로 농익은 말 하나 

내 안에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들어 봐도 

머리가 어지럽지 않고

들으면 들을수록 피가 맑아지는

샘물처럼 솟구치는 

그런 말이 있습니다

 

처음보다도 먼저이고

정신보다도 먼저이고

먼저보다도 먼저인 말이 있습니다

 

맨 원고지에다

맨정신으로 

맨 처음이며

맨 마지막까지 남을 수 있는 

맨 詩를 씁니다

첫눈 오는 날이면

운문사, 연리지

 

사랑을 이루지 못한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별이 되어 떠 있다가 

그 별, 지상으로 내려와 

나무가 된다고 하지요

 

청도 운문사 길 

오르다 만난 나무를 봅니다

전나무 곁에 

느티나무 씨앗이 떨어져

한 그루가 된 연리지를 봅니다

 

그대여, 우리도 이렇게 

이마 맞대고 있노라면

언젠가 한 뿌리가 될 수 있겠지요

햇살 뜨거운 날

서로가 그늘이 되어 주고

비바람 거친 날에

서로 어깨 내어주면

연리목이 될 수 있다고 

운문사 풍경은

가만가만 바람으로 전하고 있어요.

 

강민숙 시인

전북 부안 출생. 동국대 문예창작과 석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박사학위. 1992년 등단, 아동문학상 허난설헌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서울문학상 수상.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둥지는 없다」, 「채석강을 읽다」, 「녹두꽃은 지지 않는다」 외 10여 권의 저서.

 

전 「동강문학」 발행인 겸 주간, 도서출판 「생각이 크는 나무」 대표. 부안군 동학농민혁명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부안군 지역 경제발전 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작가회 이사,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대변인, 아이클라 문예창작원.

강민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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