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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무예로 떠나는 세계여행 - 이란 ‘‘팔라바니와 주르카네(Pahlavani and Zoorkhaneh rituals)’

이상미 기자 | 기사입력 2026/06/28 [10:22]

[기획] 무예로 떠나는 세계여행 - 이란 ‘‘팔라바니와 주르카네(Pahlavani and Zoorkhaneh rituals)’

이상미 기자 | 입력 : 2026/06/28 [10:22]

▲ 사진=국제주르카네스포츠연맹 (무예신문)


깊은 돔 형태의 공간, 중앙의 낮은 원형 경기장, 그리고 북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고대 서사시. 수백 년의 역사와 정신을 담은 특별한 의식이 펼쳐진다. 바로 이란의 전통 무예 팔라바니(Pahlavani)와 그 수련 공간 주르카네(Zoorkhaneh)다.

 

팔라바니는 신체 단련은 물론 정신 수양과 공동체 가치를 함께 배우는 무예다. 10명에서 20명 정도의 수련생들이 모여 고대 무기를 상징하는 도구를 활용하고, 체조와 칼리스테닉스 동작을 수행하며 힘과 균형, 움직임을 단련한다.

 

▲ 사진=국제주르카네스포츠연맹 


수련 공간인 주르카네는 ‘힘의 집’이라는 뜻으로, 돔 형태의 건축물 안에 팔각형의 낮은 경기장이 자리하고 있다. 수련생들은 중앙 공간에서 철제 곤봉인 밀(Mil), 방패 형태의 도구인 산게(Shena) 등을 활용해 전통적인 훈련을 이어간다.

 

팔라바니는 고대 페르시아 문화와 이슬람, 영지주의(Gnosticism)의 가치가 결합된 형태이다. 훈련을 이끄는 지도자는 모르셰드(Morshed)라 불린다. 모르셰드는 전통 북을 연주하며 고대 영웅 서사시와 윤리적 가르침이 담긴 시를 낭송한다. 북소리와 구호, 움직임이 어우러지는 순간 주르카네는 운동 공간이 아닌 하나의 전통 공연장이 된다.

 

▲ 사진=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팔라바니에서 중요한 것은 힘만이 아니다. 수련생들은 겸손, 용기, 배려,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함께 배운다. 피쉬케스밧(Pīshkesvat)이라 불리는 챔피언의 지도 아래 기술과 정신 수양을 이어가며, 뛰어난 무예 실력과 올바른 품성을 갖춘 사람에게는 팔레바니(Pahlevan, 영웅)라는 명예로운 칭호가 주어진다. 이는 지역 사회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팔라바니의 역사는 고대 페르시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주르카네의 구조와 의식에는 고대 미트라 신앙과 파르티아 시대의 문화적 흔적이 남아 있다. 오랜 세월 이란 사회에서 이어져 온 이 전통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됐다.

 

오늘날 이란 전역에는 약 500개의 주르카네가 운영되고 있으며, 교육기관과 지역 단체를 통해 전통 지식과 기술이 계승되고 있다. 또한 국제주르카네스포츠연맹(IZSF)을 중심으로 국제대회가 열리며 세계 여러 나라에도 소개되고 있다.

 

▲ 아자디 타워


현재 이란 전역은 각국 정부의 여행 안내에서 주의 또는 제한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어 여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언젠가 중동의 긴장이 완화되고 여행의 문이 다시 열린다면, 고대 문명과 살아 있는 전통이 공존하는 이란의 매력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특별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테헤란은 현대 이란의 중심지이자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다. 아자디 타워(Azadi Tower, 자유의 탑)는 1971년 페르시아 제국 건국 2500주년을 기념하여 건축됐다. 현대적인 건축 미학과 전통 이슬람 및 페르시아 건축 양식이 조화를 이룬 테헤란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또한 국립 이란 박물관에서는 고대 페르시아 유물과 역사를 통해 팔라바니가 탄생한 문화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이스파한은 ‘세계의 절반’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도시다. 이맘 광장, 알리 카푸 궁전, 셰이크 로트폴라 모스크 등 화려한 페르시아 건축은 이란 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전통 시장과 장인들의 작업 공간에서는 오랜 세월 이어진 페르시아인의 예술 정신을 느낄 수 있다.

 

 

페르세폴리스는 고대 아케메네스 왕조의 수도였던 유적으로, 거대한 석조 기둥과 부조가 남아 있는 이란 대표 역사 여행지다. 고대 왕과 전사의 모습이 새겨진 벽면은 팔라바니가 가진 역사적 뿌리를 떠올리게 한다.

 

야즈드는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고대 도시로, 조로아스터교 문화와 전통 건축이 남아 있다. 바람탑과 흙벽 건축물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페르시아인의 지혜를 보여준다.

 

이란 여행에서 만나는 팔라바니와 주르카네는 한 민족이 오랜 시간 지켜온 정신문화다. 북소리와 함께 움직이는 수련생들의 모습 속에는 고대 페르시아의 역사,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철학, 그리고 공동체를 향한 책임이 살아 있다. <계속>

이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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