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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숙 시인 ‘파두를 들으며’

강민숙 시인 | 기사입력 2026/02/04 [11:46]

강민숙 시인 ‘파두를 들으며’

강민숙 시인 | 입력 : 2026/02/04 [11:46]

▲ 무예신문

 

파두를 들으며

 

이베리아 반도 끝자락 리스본 항구에서 

뒷골목으로 잠시 스며들어 보았습니다. 

불 꺼진 가로등 아래에서 

검은 돛대 끌고 간 

파도 소리를 들어 보았습니다 

운명의 여신이 떠난 자리 

검은 망토를 입고 

어느 여인이 끊어질 듯이 흐느끼는 소리

창틈으로 흘러나와 

거리를 떠도는 것을 보았습니다  

돌아오지 않는 사내 기다리며 망루보다 

더 높이 날고 있는 

갈매기의 날개 짓을 바라 보았습니다

바다를 벗어날 수 없어 

바다가 운명이 되어 버린 사내는 

이제는 전설이 되어 파두가 되어 

내 가슴을 흔들고 있습니다

숨소리조차 멈추어 버린 적막의 밤하늘 

파두는 별빛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깜박깜박 잊혀 져 가는 기억 속에서 

운명의 속살을 들추어 보았습니다

리스본 뒷골목에 가면 

지금도 흘러나오는 

아말리아 로드레게스의 검은 돛대가 들립니다  

초승달 뜨는 날이면 

항구로 머리 풀어 헤치고 

달려 나가는 여인이 있습니다

 

*파두 : 포르투칼의 대표적인 민요

 

 

강민숙 시인

전북 부안 출생. 동국대 문예창작과 석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박사학위. 1992년 등단, 아동문학상 허난설헌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서울문학상 수상.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둥지는 없다」, 「채석강을 읽다」, 「녹두꽃은 지지 않는다」 외 10여 권의 저서.

전 「동강문학」 발행인 겸 주간, 도서출판 「생각이 크는 나무」 대표. 부안군 동학농민혁명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부안군 지역 경제발전 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작가회 이사,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대변인, 아이클라 문예창작원.

강민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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