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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숙 시인 ‘이디오피아에서’

최현석 기자 | 기사입력 2026/01/21 [16:38]

강민숙 시인 ‘이디오피아에서’

최현석 기자 | 입력 : 2026/01/21 [16:38]

▲ 무예신문

 

- 랭보의 가방

 

파리는 지옥이었다 

지옥의 계절을 벗어나

떠도는 무지개 한 자락 가방에 넣고 

바람의 구두를 신고 떠나는 거야 

파리를 떠나며 가방을 열어 보니 

무지개는 햇빛이 사치스럽다는 듯 

알몸으로 웅크리고 있다 

검푸른 알몸 드러내 놓고 

눈물 흘리고 있다 

눈물이 사랑의 상징이 아니듯 

상징으로 다가서는 사랑 또한 얼마나 허망한가 

파도처럼 일어났다 뒤돌아가는 상징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감정에 매달릴 것이다

늙은 병사가 석양에 떨어지는 

인도양을 바라보고 있다 

아,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어릴 적 청보리밭 뛰어놀던 

푸른 얼굴들은 

이미 검은 태양에 그을려 알아 볼 수조차 없으니 

이젠 유랑을 떠나는 거다 

대서양 건너 아프리카 대초원 위에 

토굴 짓고 무지개를 띄워 보는 거야 

거대한 죽음을 위하여 

일찍부터 붓을 꺾지 않았던가 

나만의 무지개를 띄워 놓고 

암사자 한 마리 옆구리에 끼고 달려보는 거다

함께 뒹굴다가

이글거리는 태양의 눈동자 속으로 뛰어드는 거다. 

 

 

강민숙 시인

전북 부안 출생. 동국대 문예창작과 석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박사학위. 1992년 등단, 아동문학상 허난설헌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서울문학상 수상.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둥지는 없다」, 「채석강을 읽다」, 「녹두꽃은 지지 않는다」 외 10여 권의 저서.

전 「동강문학」 발행인 겸 주간, 도서출판 「생각이 크는 나무」 대표. 부안군 동학농민혁명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부안군 지역 경제발전 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작가회 이사,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대변인, 아이클라 문예창작원.

최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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