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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숙 시인 ‘월명암 낙조대’

강민숙 시인 | 기사입력 2026/01/07 [13:49]

강민숙 시인 ‘월명암 낙조대’

강민숙 시인 | 입력 : 2026/01/07 [13:49]

▲ 사진은 단순참조용으로 글과 무관함 (무예신문)



월명암 낙조대

 

어릴 적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낙조를 본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무 대답이 없는 우리들에게 

낙조를 보러 수학여행을 떠나자고 하셨다 

나는 동물원으로 가 

타조도 보고 낙조도 보는 줄만 알았다. 

선생님은 토요일 아침, 편지 봉투에 

쌀 한 봉지씩 담아 오라고 했다 

나는 낙조에게 줄 모이가 쌀인 줄 알고 

두 봉지나 넣어 학교로 갔다

선생님은 버스에서 내려 

2킬로만 가면 된다고 하셨다 

낙조라는 새는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우는 것일까. 

선생님은 낙조는 정말 아름답다며 

계속 산을 오르고 계셨다

그런데 눈앞에 나타난 것은 낙조가 아니라 

월명암이라는 절이었다 

절에서 스님이 낙조를 키우고 계실까 

하지만 절간 어디에도 새장은 보이지 않았다

낙조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선생님은 가지고 온 쌀 봉투를 

대웅전 시주함 위에 올려놓고 

낙조가 나타날 수 있게 절을 하라고 하셨다 

떨리는 마음으로 공손히 절하고

대웅전 마당에 서니 

멀리 보이는 것은 산뿐인데 

선생님은 눈을 감고 낙조가 어떤 새인지 

마음속으로 그리다 눈을 뜨라고 할 때 

뜨면 낙조를 볼 수 있다고 하셨다 

눈, 떠!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것은 노을이었다 

노을 속으로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강민숙 시인

전북 부안 출생. 동국대 문예창작과 석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박사학위. 1992년 등단, 아동문학상 허난설헌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서울문학상 수상.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둥지는 없다」, 「채석강을 읽다」, 「녹두꽃은 지지 않는다」 외 10여 권의 저서.

전 「동강문학」 발행인 겸 주간, 도서출판 「생각이 크는 나무」 대표. 부안군 동학농민혁명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부안군 지역 경제발전 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작가회 이사,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대변인, 아이클라 문예창작원.

강민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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