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는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지만, A매치 관중석은 눈에 띄게 빈자리가 많다. 팬들은 더 이상 성적만으로 한국 축구를 평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행정, 낡은 권력 구조에 대한 피로감이 관중 감소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이는 축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체육계 전반에 걸친 구조적 병폐는 오래전부터 반복적으로 지적돼왔다.
이 문제는 최근 국정 현안으로까지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월 16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체육계의 ‘단체 사유화’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체육 단체가 특정 인물과 집단의 영향력 아래 장기 고착됐다는 지적이다. 수십 년간 제기돼 왔지만, 번번이 좌초됐던 문제가 비로소 제도 변화의 문턱에 들어선 순간이다.
그러나 이 변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발언 이전부터 체육계 내부에서는 근본적 구조 개혁의 움직임이 이어져 왔다. 그 상징적 조치가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의 ‘직선제’ 도입이다. 그동안 단체장 선출은 대의원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지는 간접선거 방식이었다. 하지만 2029년부터는 체육회 구성원 전체가 투표에 참여하는 직선제로 전환된다.
직선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적 제도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은 권위주의 시대를 마감하고 권력을 제도 안에 가두는 결정적 분수령이 됐다. 선거는 권력을 사유물이 아닌 공적 책임으로 바꾸는 장치였고, 경쟁과 견제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제도화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체육계는 이 흐름에서 가장 뒤처진 영역이었다.
100년이 넘는 한국 체육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단체장 선출 방식은 오랫동안 간선이나 추대 등 사실상의 폐쇄적 구조에 머물러 있었다. 선거는 형식이었고, 결과는 예측 가능했다. 일부 종목단체에서는 장기집권이 관행처럼 굳어졌고, 예산 사유화, 인사 전횡 등 각종 비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와 지도자, 그리고 이름 없이 현장을 지켜온 체육인들에게 돌아갔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흔든 것이 바로 직선제다. 유승민 회장은 이 제도를 ‘선택 사항’이 아닌 ‘체육 정상화를 위한 최소 조건’으로 규정했다. 그는 선수 시절부터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투명한 거버넌스와 선거 제도의 중요성을 직접 경험했고, 국제기구와의 교류를 통해 한국 체육 행정의 폐쇄성을 냉정하게 인식해 왔다. 행정 책임자가 된 이후에도 그는 인기 있는 구호보다 불편한 개혁을 선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직선제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내부의 반발이다.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저항, 시기상조라는 명분 뒤에 숨은 현상 유지 논리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 회장은 속도보다 원칙을 택했다. 대한체육회 105년 역사상 처음으로 ‘체육 민주주의’를 제도 개혁의 핵심 가치로 끌어올렸다.
직선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는 아니지만, 적어도 권력을 공개된 경쟁의 장으로 끌어내어 책임을 묻는 출발선은 될 수 있다. 또 이번 직선제 도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공정한 선거 관리, 후보 검증, 선출 이후의 책임 행정까지 이어질 때 비로소 제도의 의미는 완성된다. 분명한 것은 이번 변화가 체육계 전체의 신뢰 회복을 위한 필수적 전환점이라는 것이다.
체육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소유물이 아니다. 선수와 지도자, 그리고 팬들의 신뢰 위에 존재하는 공공 영역이다. 늦었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길에 이제야 들어섰다. 체육 민주주의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시대의 요구이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의 직선제 추진은 한국 체육이 폐쇄적 권력 구조와 결별하겠다는 분명한 선언이다. <저작권자 ⓒ 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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