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무예진흥법은 대한민국 전통무예를 체계적으로 보존·육성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대상 역시 분명하다. 한민족의 역사 속에서 전승되어 온 전통무예만을 지원대상으로 규정하기에 법의 지향점도 입법 구조도 단순하고 명료하다.
그러나 이 법에는 커다란 모순이 자리 잡고 있다. 2017년 5월 28일 법에 삽입된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ICM) 설립’과 관련된 조항이다. 제9조 2의 1항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 후원 청소년 발달과 참여를 위한 국제무예센터(카테고리 2)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와 유네스코 간의 협정 이행을 장려하고, 세계 전통무예의 보존 및 진흥을 위하여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를 설립한다’고 되어 있다. 이어 5항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의 범위에서 센터 운영 경비를 부담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한국 전통무예 진흥을 위해 만든 법에 터무니없이 국제기구 설립이라는 ‘외래적 성격’을 지닌 조항이 들어가면서 법의 목적·대상·정체성·행정체계가 통째로 뒤틀려있다.
이 조항은 한국의 전통무예가 아닌 세계 전통무예의 보존과 진흥을 위해 국제무예센터를 지원하라고 요구한다. 외래무예까지 포괄하는 국제기구를 특별법안에 얹어 놓는 순간 법의 방향성은 완전히 달라진다. 더구나 이 조항이 어떤 경위로 삽입됐는지 여전히 불분명하다. 세계무예마스터십과의 연계 차원에서 끼워 넣은 것인지, 혹은 다른 목적이 있었는지 2017년 당시에도,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도 명확히 설명된 바 없다.
국제무예센터 설립 조항으로 도리어 우리의 전통무예가 퇴보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전통무예 육성을 위해 만들어진 법에서 국제적 범위의 무예 진흥까지 의무화된다면 예산과 행정력은 자연스럽게 외래무예 지원까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는 원래의 목적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통무예진흥법이 규정하는 대상은 어디까지나 ‘한국의 전통무예’이다. 그런데 ‘세계 전통무예’가 들어오는 순간, 범위와 대상은 뒤섞인다. 법이 지향하던 목적과 실제 적용 범위의 일관성도 함께 무너져, 무엇을 우선 보호하고 육성해야 하는지 경계가 흐려진다. 입법 체계상 명백한 오류이다.
행정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이어진다. 국제무예센터는 유네스코라는 국제 협력·문화외교 체계 안에서 움직이는 기관이다. 외교부·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등 국제기구를 다루는 정부 차원에서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전통무예 정책과 국제외교기구 운영은 성격이 전혀 다른 분야인데, 이를 전통무예진흥법에 억지로 끼워 놓은 것은 행정체계 자체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조치다.
결론은 어렵지 않다. 전통무예진흥법의 대전제를 흔드는 국제무예센터에 관한 조항은 법체계의 균형과 명분을 모두 훼손시키고 있기에 과감히 거둬내면 된다. 그리고 국제무예센터는 독립기구로 만들어 사회적 기능과 국제적 역할을 감안해 법적·행정적 틀에서 운영되는 것이 정상이다. 전통무예진흥법 안에 끼워 넣는 방식은 정책 혼란만 가중할 뿐만 아니라 무예계 전체를 흔드는 일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간다면 이 조항에 ‘전통무예진흥원 설립’을 넣어야 한다.
전통무예진흥법은 그간 여러 차례 개정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그중에서도 국제무예센터 조항은 가장 위험한 설계 오류이다. 어떤 정치적 의도와 배경이 작용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전통무예진흥법은 우리 전통무예만을 다뤄야 하며, 외래무예까지 포괄할 경우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 법의 취지와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무예계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무예센터 설립 조항을 하루속히 삭제시켜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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