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강민숙 시인 ‘위도 띠뱃놀이’

강민숙 시인 | 기사입력 2025/11/26 [11:33]

강민숙 시인 ‘위도 띠뱃놀이’

강민숙 시인 | 입력 : 2025/11/26 [11:33]

▲ 사진출처=국가유산청 (무예신문)


위도 띠뱃놀이 

 

우리만 잘살자는 것 아니여. 우리가 이렇게 배만 탄다고 못 배우고 막된 뱃사람들인 줄 알면 천벌 받을 일이여. 용왕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혀 봐. 바다라고 해서 아무 허락 없이 들어가 애지중지 키우는 지 새끼들 마구 잡아가는 것, 용왕님이 모른 척 허겠는가. 

 

인간들은 자기들 집 지어 담이나 울타리 쳐 놓고 살면서 누가 막 들어오면 도둑이라고 난리법석 떠는 것 용왕님도 다 알 것이여. 그러고 땅에다 금 그려 놓고 자기 땅이라고 샀다 팔았다 허면서 틈만 나면 값 올려 파는 짓거리 용왕님이 모른다고 생각하면 큰일 나지. 아무리 용왕님 마음이 바다같이 너그럽다고 혀도 섬 것들이 날이 날마다 따순 밥 먹고 사는 거 다 용왕님 덕분이지. 만약 버르장머리 없이 행동하다가는 일 년 내내 조기 새끼 한 마리 구경하지 못한 당께. 용왕님이 크게 한 번 기침하는 날이면 배가 다 뒤집어지는 것은 일도 아니여. 우리가 용왕님 눈 밖에 나면 그 날이 우리 제삿날 인디. 

 

긍게 음력 초사흘에. 위도 대리 마을 뱃사람들이 모여 띠풀과 짚과 싸리나무로 띠배를 엮어서 그 안에다가 돼지고기나 떡이나 과일을 잔뜩 실어 허제비랑 태워 칠산 바다 용왕님께 허락받는 것이여. 

 

가세 가세. 어서 가세. 오방색 기 돛 높이 달고 용왕님 전에 어서 가세. 일 년 삼백육십오 일 하루같이 굽어 살피시어 살찐 황금 조기. 뱃전을 넘쳐나게 주옵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용왕님 전에 비나이다.

 

강민숙 시인

전북 부안 출생. 동국대 문예창작과 석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박사학위. 1992년 등단, 아동문학상 허난설헌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서울문학상 수상.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둥지는 없다」, 「채석강을 읽다」, 「녹두꽃은 지지 않는다」 외 10여 권의 저서.

전 「동강문학」 발행인 겸 주간, 도서출판 「생각이 크는 나무」 대표. 부안군 동학농민혁명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부안군 지역 경제발전 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작가회 이사,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대변인, 아이클라 문예창작원.

강민숙 시인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