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계가 깊은 불황에 빠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 청소년 인구 감소,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체육도장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고 각종 대회 역시 축소되거나 중단됐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외부 환경이 아니라 무예계 내부의 자정 능력 부족이다.
무예 단체 간 갈등과 분열,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무능이 오늘의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전통무예진흥법 시행조차 방향을 잡지 못하며 혼선을 더하고 있다.
무예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그것은 정신과 인성, 그리고 공동체 문화를 아우르는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정작 무예계와 정부 모두 그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다. ‘전통’을 강조하면서도 사회적 외면을 받고, ‘스포츠화’를 내세우면서도 제도권 진입에 실패했다.
무예 지도자들은 교육자로서의 소양과 사회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고, 단체들은 사소한 이해관계에 얽매여 갈등과 분열을 반복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무예를 외면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제 무예계는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첫째, 전통무예진흥법 시행만을 해법처럼 붙잡을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단체 간 소통과 협력이 시급하다.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집단은 국민적 공감은 물론 정부 정책적 지원도 얻을 수 없다. 둘째, 무예의 본질적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무예는 정신 수양과 공동체 교육이라는 시대적 의의를 지닌다. 이를 현대 사회의 수요와 접목시키지 못한다면 생존 자체가 위태롭다. 셋째, 지도자들의 혁신 의지가 절실하다. 교육학적 전문성, 디지털 활용 능력, 사회 변화에 부응하는 지도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존경은커녕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책임이 있다. 전통무예진흥법이 존재하지만 사실상 사문화되어가고 있으며,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무예 관련 대회들도 지자체장의 치적 과시용 행사에 그치고 있다. 보여주기식 지원으로는 전통무예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의 전통무예를 K-문화 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시킬 전략적 지원이다. 이제라도 정책적 틀을 정비하지 않는다면 무예계는 회생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 그러나 그 기회는 변화의 결단을 내릴 때만 열린다. 무예계는 더 이상 정부 탓, 불황 탓만 외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분열과 무능부터 끊어내야 한다. 정부 역시 말뿐인 전통무예진흥법 시행을 넘어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민족의 혼이 담긴 전통무예가 이 땅에서 사라지기 전에 근본적인 개혁과 지원이 이루어져야 더 이상의 파국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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