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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발끝에 채이는 블랙홀] 28-2. 벨루치아 올림픽 태권도

신상성 소설가 (용인대 명예교수)

신상성 소설가 | 기사입력 2023/07/14 [15:56]

[웹소설-발끝에 채이는 블랙홀] 28-2. 벨루치아 올림픽 태권도

신상성 소설가 (용인대 명예교수)

신상성 소설가 | 입력 : 2023/07/14 [15:56]

 ©무예신문

 

강 코치가 코리칸 귀짝을 잡아끌고 한증탕으로 갔다. 

가마솥 같은 뜨거운 한증탕에서 대나무 잣대로 전신의 땀을 짜내기 시작했다. 

귀 뒤에서부터 발바닥까지 앞뒤로 돌면서 반복 깎아내었다. 

대나무가 등어리를 지날 때마다 생선 횟칼로 가죽을 벗겨내는 아픔이다. 

그러나 중 머리 깎는 삭도칼 같이 시원한 고통이기도 하다. 

막중한 국가대표로서의 잠깐 일탈이 문제였다.

맥주 한잔이라도 경기 중에는 극히 조심해야 한다.

 

한증막은 진공 속같이 숨을 콱콱 조인다. 

그러나 체중을 줄이려면 침까지 계속 뱉어내야 한다.

헛구역질이 났다. 발톱 손톱도 다 깎았다. 

추호라도 몸무게가 나갈 수 있는 것이면 다 삭제해 내야했다. 

한증탕을 나오면서 재어보니 아직도 1kg 남았다. 

 

강 코치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면도칼을 가져오라고 했다. 

우리는 다시 한증탕으로 되돌아 들어갔다. 

이발소 면도칼로 내 머리를 빡빡 밀었다. 

하늘이 노랗게 보이고 천정이 빙글빙글 돌았다. 

안 나오는 오줌까지 억지로 짜냈다. 

의무실에 가서 설사약까지 타 먹었다. 

어제 강 코치의 말을 듣지 않은 게 자꾸 후회되었다. 

 

오전 10시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코리칸은 보조경기장 주위를 다시 뛰었다. 

땅바닥이 확 꺼지는 것 같은 어지러움이다. 

내가 나를 이겨야 한다! 

강종한 코치의 불호령소리가 천둥 벼락같이 들렸다.

맞았어! 자기가 자기를 이기지 못하고 남을 이길 수 있어?

그러나 코리칸은 그냥 운동장 바닥에 쓰러졌다. 

으악! 나 코리칸은 이렇게 이생의 태권도 선수로서는 끝나는구나!

 

그는 들것에 실려나가면서 두 손을 간절히 모았다.

“치우, 치우 할베여, 어캐 좀 도와주세여!”

헐! 청동 도깨비가 다시 떴다. 

산뚱 치우로 빙의한 것이다.

“아, 도깨비 할베 드디어 와주셨네유!”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코리칸 스스로 들것에서 일어났다. 

 

코리칸은 이미 마른 삭정이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습기 하나 없는 몸으로 운동장을 다시 뛰었다. 

설사약 먹은 게 효과가 난 것일까.

땀 같기도 하고 액체 같기도 한 것이 사타구니를 타고 내렸다. 

그러면서 헛방귀도 나왔다. 

혓바닥 밑으로 고이는 침을 계속 핥아내어 뱉었다. 

 

 

시합직전 계체량 대에 임원들이 노랗게 다시 나타났다. 

결국 게체량 심사위원이 통과! 소리쳤다.

그으악! 겨우 통과다! 약물시험에도 통과되었다. 

느기미, 통과 통과다.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이다. 

수챗구멍 뻥 뚫려나가는 삽상한 기분이다. 

어지럽고 무겁던 머리가 씻은 듯 가벼워졌다. 

 

“아, 역시 코리칸은 영웅이야! 우리 벨루치아엔 이런 땡크 같은 싸나이가 없어”

“머야, 우리 한국에두 없어!”

먼 소리야, 나 여기 있쟎아!

코리칸은 두 손으로 개그 같이 위 아레 북한식 손뼉을 쳤다.

“그래서 그렇게 설사까지 하면 발차기 할 힘도 없을 꺼 아냐?”

“그래두 링에는 올라가야제”

 
땡! 첫 번째 공이 울렸다. 

상대는 동독 출신 볼프강 베렌트이다.

그는 게르만 민족이 만들어 놓은 걸작이다. 

베렌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국가체육회’에서 길려진 작품이다. 

독일에서는 국가대표를 길러내기 위해 인간을 아예 사육시켜 버린다. 

그들의 선수촌에 발탁이 되면 최고급 숙식제공도 받는다. 

 

영양관리는 물론, 잠자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일정표에 찍힌다. 

최고급의 대우이긴 하지만 개인의 선택 권한은 전혀 없다. 

일방적으로 먹어주고 입어주어야 한다. 

베렌트는 국가적 계획표에 의해서 만들어진 ‘인간상품’이다. 

게르만 민족 특유의 독수리 눈도끼로 코리칸을 째려보았다.

코리칸은 먼저 거리를 재보기 위해 좌우로 뒷발차기를 가볍게 날려보았다. 

귀짱에 스치는 녀석의 정면 내리찍기는 면돗날 같다. 

파워력은 별로이지만 정신을 잡아뜯는 묘한 기술이다. 

 

식은죽 한 사발 먹은 게 없고 오히려 설사까지 씻어낸 몸인데, 

내 몸 어느 구석에서 힘이 펄펄 솟는지 날아다녔다. 

치우의 빙의 때문일까, 화산 폭발하듯 날뛰었다.

“야, 코리칸아 머해, 공중회전 다 어디 갔어?”

코치석에서 강관장이 주먹을 휘둘렀다. 

 

코리칸은 탐색전이고 뭐고 맞아가며 파고들었다. 

순간 뒤돌려 공중차기로 붕! 떴다.

녀석이 구석으로 도망갔다. 

좌우 콤비불로 코너에 몰아붙여 손날로 옆구리를 가격했다.

녀석은 기우뚱하며 푹! 고꾸라졌다. 

 

 (*) 28화. 끝

 

※웹소설-발끝에 채이는 블랙홀은 픽션입니다.

신상성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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