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칸은 그미를 그냥 놔두고 독갓탤 경기장으로 뛰었다. 땡! 마침 세 번째 경기 부저가 막 울렸다. 일본 국가대표 사무라이 다꾸왕톰이 붉은 일본기를 어깨에 휘두르고 링 위를 돌았다. 의기양양하게 주먹을 휘두르며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커피타임이 이제 막 끝났는지 관중들은 커피자, 맥주잔 등을 한 손에 쥔 채 링 위를 노려보고 있다. 잠시 지체해 있던 주심이 내가 나타나자 손뼉을 크게 쳤다. 내가 링 위로 뛰어오르자 씨이작! 싸인을 했다. 사무라이 선수는 잘 익은 도마뱀이 나타났다는 듯이 내 등을 찍었다. 나는 뒤로 돌며 로우킥으로 녀석의 턱을 올려쳤다.
우앙아! 관중들이 나를 가리키며 폭소를 터뜨렸다. 왜 그런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 이건 선수용 팬티가 아니고 삼각팬티가 아닌가? 드론에서 내리자마자 급히 오느라 탈의실에도 못 들른 것이다. 더구나 자칫 상대방에게 급소를 맞을 위험도 있다. 이왕 버린 몸! 나는 그대로 사무라이 머리 위로 내리찍기를 내질렀다. 녀석이 약간 휘청했다. 정면 도끼질 그렇지! 나는 연달아 공중 3회전 내려오면서 녀석의 뒤통수를 돌려차기로 날렸다. 190cm 나보다 한 뼘 더 큰 사무라이는 슬쩍 피하면서 나의 막대기만 파고들며 공격했다. 아차! 위험하다. 나는 시험 삼아 녀석의 키와 팔의 길이 그리고 파워력을 잠깐 재 보려고 날린 것인데 그는 제대로 나를 반격한 것이다.
한국 측 코치석 의자에 겨우 주저앉았다. ”코리칸님! 이거 갈아 입으세요“ 링 아래를 내려다보니 치치와나가 갈아입을 옷을 올려주었다. 코치석에서 경기용 팬티와 마우스피스, 보호대를 준 것 같다.
태권도나 합기도나 발 날의 위력이 워낙 강해서 위험하다. 그래서 태권도에서는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지 못하게 한다. 반칙점수로 깎인다. 그러나 주먹이 아닌 발차기로는 얼굴 공격점수가 제일 높다. 얼굴과 가슴에 급소가 많다. 서양 복싱은 솜 장갑을 끼기 때문에 안면 가격을 허용한다. 무예 가운데 역시 가장 무서운 것은 태국의 ‘무에타이’다. 주먹과 팔다리 관절로 얼굴 등 온몸을 가격할 수 있기에 파워가 무섭다.
눈을 잘못 맞으면 그대로 실명도 된다. 그러나 한국 태권도는 무에타이보다 더 무섭다. 손날, 발날, 주먹, 그리고 격파는 상대방 뼈를 콩가루로 만든다. 특히 공중회전 발차기는 회전수에 따른 파워력으로 시체를 만들 수도 있다.
땡! 두 번째 하리한 라운드걸이 현판을 들고 돌았다. 치치와나가 코리칸에게 핸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거기에선 강종한 스승이 소리쳤다. ”이 짜석아! 침착해, 제발 침착하라구!“ 다꾸왕톰 가라테 특기는 팔 관절 꺾기야, 그놈 주특기야, 허리를 더 숙이고 쳐들어가, 이, 시키야 피하지 말고 맞으면서 들어가라구, 알간? 강 관장 옆의 카레나가 화들짝 웃으며 두 손목을 꽉 모았다. 기도하는 시늉이다. 이겨야 해, 알았지! 강 관장과 한국 국민이 TV 중계를 지금 보고 있는 모양이다.
코리칸은 벌떡 일어났다. 시작 전 두 선수의 주먹 인사가 떨어지는 순간 사무라이의 발끝이 내 얼굴 정면을 내리찍었다. 순간 왼쪽으로 비키자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뒤돌아 내 오른손 관절을 순식간에 잡아채었다. 나는 녀석의 손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그의 손가락 관절을 꺾으면서 오른발 끝으로 녀석의 콧짱을 올려쳤다.
니킥이다! 순간 녀석이 공중에 붕 뜨더니 바닥에 오징어 같이 뻗었다. 그의 뒷목을 꺾으면서 양 옆구리를 강하게 난타했다. 왼쪽 오른쪽 갈비뼈가 각각 뿌드득! 느낌이 손날에 전달됐다. 아마 양쪽 갈비뼈가 두어대 나갔을 것이다. 주춤, 일어서는 녀석의 면상을 뒤돌려차기로 다시 날렸다. 그러나 그 순간 심판이 온몸으로 나를 덮쳐 같이 뒹굴었다.
왜 이래? 뭐 심판이 방해하는 거야? 한국 측 코치석에서 일제히 일어나 항의했다. 그 순간 나는 바닥에 엎드린 채 링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바로 맞은편에 앉은 우리나라 대통령과 눈이 딱! 마주쳤다. 아, 이거 어떻게 되는 거야? 나는 일어나 허리띠를 다시 졸라매면서 상대편을 살폈다. 그러나 사무라이 다꾸왕톰은 쭉 뻗은 채 검붉은 피를 분수처럼 쏟았다. 매니저와 의사가 들것을 들고 급히 올라왔다. 그는 눈물 콧물 핏물 범벅인 채로 들것에 실려 나갔다. 나중에 알았지만, 바로 그때 심판이 코리칸의 공중 3회전 돌려차기를 몸으로 막지 않았더라면 다꾸왕톰은 시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우우와! 한국 승리! 쏭 코리칸 만세엥! 만만세!
내 앞에 한국의 유명선수 두 명이나 다꾸왕톰에게 치여 나가지 않았는가. 통쾌한 순간이다! 문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두 손을 높이 쳐들었다. 그러나 가운데 앉은 스카이 일본 총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앉아있다. 어디선가 88서울올림픽 ‘손에 손을 잡고~’ 독일 교민들의 합창이 우렁차게 찢어졌다. 한국 태권도, 태권도, 태권도오오!! 천정에 구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행복이다.
* 2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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