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발끝에 채이는 블랙홀] 24-2. 살고 싶다, 살리고 싶다신상성 소설가 (용인대 명예교수)
으흑! 웃음이 나왔다. 우와와! 연 듯 없는 박수 소리에 드론 아래를 쳐다보았다. 아니, 치치와나가 드론 날개에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이 시키야, 빨리 문 안 열어? 나 뒈지는 꼴 볼꺼야!” 나는 일부러 공중을 열 바퀴 더 돌았다. 물론 낮게 비행하면서 그미를 풀밭에 떨어뜨리려고 드론을 거꾸로 날기도 했다. 그러나 그미는 멕시칸 딱풀 거미처럼 착 붙어서 안 떨어졌다.
빵! 빵! 크윽, 총알이 비 오듯 앞창에 집중되었다. 할 수 없이 마당에 내렸다. 맥아더 장군 같이 키가 큰 멧돼지 인간이 어깨 위에 권총을 쳐든 채로 나를 노려보았다. “야, 너 뉘기야, 우리 딸 죽이고 싶어?” 치치와나가 그 멧돼지에게 달려가 딸랑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 국왕님이시여, 용서해 주십시오! 우리는 그냥 장난한 거예요” 주변에 둘러서 있던 가족들이 일제히 손뼉을 쳤다.
“머야? 요년이 이 왕궁을 함부로 더럽히고 다녀” “아, 용서하세요. 저는 한국의 쏭 코리칸이라고 합니다. 태권도 국가대표입니다” “그래서?” 멧돼지 임금님은 아직도 분이 안 풀렸는지 굵은 바리톤 목소리로 떨었다. “제가 지금 급한 일이 생겨서 한국에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자초지종은 다음에 차분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어쩔 수 없이 나도 뒤따라가 어른 창문 사이에 내 손을 잽싸게 찔러넣었다. 붕! 드론이 직각으로 다시 솟았다. 이젠 내가 드론 몸체 밖에 매달려 날게 되었다. 그미가 내 손이 낀 철문은 차마 닫지 못했다. 나는 그미의 모가지를 간단하게 비틀고 밀어버렸다. 그리고 내가 다시 조종간을 잡았다. 왕궁을 뒤로하고 고속 키를 콱콱 돌렸다.
어느새, 발밑 지중해는 은하수 같은 불빛들이 깔렸다. “우리 무슨 007 첩보영화 찍냐?” “우리라니? 너하고도 이제 끝장이야! 여자가 되어서 이캐 함부로 이렇게 개 같이 날뛰냐?” “야, 너희 나라는 젠더 평등이 아직도 못 미치냐? 정의당 당수도 여성이던데?” “으흐, 못 말려?”
“아니 저거 몬트리올 1급 병원 아냐?” “지금 미국 시민들 약 30만 명인가 오미크론 시체라며?” “오미크론이 아니라 델타 변종이래” “지금 무주 시민들 90%가 쓰러져 나가고 있대” “며칠 전 대구에서 전염이 되었대” “다행히 델타가 아니라 오미크론이어서 다행이야” 왕창 쓰러지긴 해도 치료만 잘 받으면 집으로 회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전국적으로 간호사가 턱없이 모자란다는 거야” “원래 근무하던 간호사들도 일부는 그냥 퇴직해 버린대”
“너무 힘들고 과로에 과로가 겹치니까, 그냥 나가는 거지, 너라면 그런 위험 악조건 속에서 계속 근무하겠냐?” “그래도, 청와대나 복지부는 곧 코로나가 끝나니까, 조금만 더 버티라며 간호사 충원을 안 해준다는 거야” “복지부가 멍겨?” “보건복지부 몰러?” “코로나 음압병실 간호사들이 얼마나 고된지, 출근 전에 ‘자살하고 싶다’는 문자를 보내고 한강에 투신했다는 거야?” “14년 차 올드쌤 큰언니 KA 종합병원 간호사는 자기 눈앞에서 매일 시체가 되어 나가는 무더기 환자행렬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며 한강으로 뛰어갔다는 거야” “단지, 간호사만 있으면 살릴 수 있는 코로나 중병환자들을 그냥 시체행렬로 만드는 거지” ‘살고 싶다. 살리고 싶다!’
간호사들이 청와대 앞에서 주먹을 흔들며 시위까지 했다. “그런데도 청와대에서는 K-방역이라며 큰소리만 치구” “평양에서는 또 강대강이라며 극초음속 미사일만 날리구” 어지러운 세상이야, 그런데 이눔의 드론은 왜 이렇게 느려? 이것도 평양으로 보내 극초음속으로 만들어 달라고 해야 갔어.
어쨌든 우리는 단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살려야 한다. 나는 그냥 평범한 시민으로서 자원봉사 하려는 것이다. 또 월남전 전투현장이 생각났다. 숲이 얼마나 빽빽한 정글인지 대낮에도 하늘이 안 보였다. 우리는 아침마다 구령을 외치고 작전지역에 투입된다. ‘100명의 베트콩을 놓치는 한이 있어라도, 단 한 명의 양민을 살린다앗!“ 당시 채명신 사령관의 작전지침에 따라 정글 속에서 양민을 만나면 목숨 걸고 보호해 주었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같이 모신 양민이 야밤에 수류탄을 들고 나타났을 때는 참 어이가 없었다. 그냥 손들고 하얗게 웃었다. 전쟁이란 그런 것이다.
*24화. 끝
※웹소설-발끝에 채이는 블랙홀은 픽션입니다. <저작권자 ⓒ 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웹소설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