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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발끝에 채이는 블랙홀] 23-1. 유도영웅 경은짱 뒷담화

신상성 소설가 (용인대 명예교수)

신상성 소설가 | 기사입력 2023/05/02 [15:35]

[웹소설-발끝에 채이는 블랙홀] 23-1. 유도영웅 경은짱 뒷담화

신상성 소설가 (용인대 명예교수)

신상성 소설가 | 입력 : 2023/05/02 [15:35]

  © 무예신문


“코리칸 우리 집에 가서 점심을 간단히 하는 게 어때?”

“무슨 소리야, 이곳 도쿄에서 발칸반도 너희 집까지 가려면 너무 멀잖아?”

“괜찮아, 내 고속 드론으로 가면 2시간이면 충분해?”

“청주 도장도 벌써 일주일간이나 비워 놓았잖아, 난리 났을 거야” 

“어, 벌써 그리되었나? 증말 시간이 화살같이 날아갔네?”

“우리 옥상으로 가면서 찬찬히 얘기해 보자우”

“그러면 이렇게 해볼까?”

“청주에 가면 어차피 또 훈련에 오랫동안 잡혀 있어야 하잖아?”

 

그러다 보면 우리 벨루치아 왕궁에는 갈 기회가 거의 없다.

내가 어떻게 사는가 보고 싶지 않아?

우리 부모는 만나지 말고 그냥 내방에서 발칸반도 커피나 한잔하고 오는 게 어때?

안돼, 안돼! 

머가 안돼? 나에게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이 벨루치아 공주님이 이렇게 구걸해야 되겠냐.

그럼 정말이다..

누구도 만나지 말고 정말 니 방만 잠깐 들렸다가 나오는 거당!

 

그래, 당신 후배 은짱이가 지난주에도 또 찾아왔었다며?

헐, 그건 또 어떻게 귀신같이 알아냈어?

당신은 내가 독일 DM 방송국 다큐멘터리 톱 기자라는 사실을 또 잊어버렸어?

처먹는 것도 많구나, 이 꼴통아!

내 컴퓨터 대가리는 유럽 기자단에서도 알아주는 아이큐야,

알간? 심각하게 저장 좀 해둬!

 


그미는 대형 드론 조종간을 잡고 끝없는 하늘을 올라갔다.

동서남북 어디인지, 코리칸은 전혀 구름 속이어서 헷갈린다.

그러나 그미는 계기 전광판을 어린애들 게임기 다루듯 능숙하게 조작했다.

“태권도나 유도나 다 동양 격투기 아냐?”

“사실 이런 격투기는 서양의 복싱 등에 비하면 새 발의 피야, 우리 서양 애들 힘이나 기술로는 안돼”

 

코리칸은 영화장면 같은 과거를 잠깐 기억해냈다.

은짱이가 또 자전거를 타고 왔다.

러시아 빼갈도 두어 병 들고 도장 안으로 불쑥 들어왔다.

“지난번은 소주였는데 오늘은 좀 격상했네! “

곁에 있던 구칠이가 붉은 빼갈 뚜껑을 톡! 소리 나게 따서 우선 코리칸에게 먼저 따랐다.

다음 차례 은짱은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았다.

군인들 못지않은 체육인들의 순서와 예의이다.

 

구칠이는 잉꼬 한 마리를 여전히 한쪽 가슴에 감싸 안고 있다.

잉꼬는 빠져나오려고 끽끽! 몸부림을 쳤다.

구칠이의 잘려나간 손가락 사이에서 잉꼬가 삐악대었다.

그 세 개의 손가락이 잘려나간 원인은 과거 큰 싸움 때문이다.

 

첫 번째는 행촌동 일진 깡푸들과 전쟁 때 잘려나갔다.

두 번째는 임진강 하우스 보이 시절 패싸움 때 가운뎃손가락이 도끼에 찍혔다.

그때마다 나도 함께 있었다.

잘려나간 세 개의 손가락 사이에서 잉꼬가 얼굴을 내밀었다.

 


여름 한낮 태양에 잉꼬의 청록색 깃털은 환상적으로 터졌다.

지난번에 코리칸이 날려 보낸 잉꼬 가운데 하나이다. 

자유를 찾아 맘껏 날려주었는데도 다시 돌아오다니? 

코리칸은 그 숫놈을 다시 새장 안에 가둬 놓을까 고민했다.

 

그러나 도장 뒷산 둔덕으로 올라가 멀리 날려주었다. 

내가 가진 것,

그리고 가지려고 하는 모든 것,

이제 훌훌 털어버리고 싶다.

가진 게 하나도 없다는 게 이렇게 편할 줄이야.

산꼭대기 바위에 나체로 앉아있는 생경함이다.

 

그 당시 차 선수에 대한 배신감보다 오히려 그의 미련한 생각이 안타까울 뿐이다.

다시 날아온 숫놈은 1년 전에 차 선수가 아침 워킹 때 잡아 왔다.

둔덕 아파트에서 누군가 기르던 새인데 가출한 모양이다. 

암놈 잉꼬는 새서방을 원하는지, 기존 서방이 가까이 오기만 해도 얼굴을 찍어대었다.

 

차 선수가 새로 잡아 온 수놈을 새장 안에 집어넣었더니 삼각관계가 되어 수놈끼리의 결투가 극심하다.

첫째 서방은 둘째 서방이 자기 암놈 근처에도 못 가게 이빨을 눈을 찍어서 한쪽 눈이 장님이 되었다.

 

밤이면 암놈만 베틀 새집 안으로 들어가 편안하게 주무시고 수놈 둘은 서로를 감시하며 문밖에서 밤새도록 불침번을 섰다. 

일개 미물 새들의 세계이지만, 질투 등 본능적 행동이 사람들과 비슷한 데가 많아 재미가 있다.

 

※웹소설-발끝에 채이는 블랙홀은 픽션입니다.

신상성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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