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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발끝에 채이는 블랙홀] 20. 치치와나공주 출현

신상성 소설가 (용인대 명예교수)

신상성 소설가 | 기사입력 2023/04/19 [12:39]

[웹소설-발끝에 채이는 블랙홀] 20. 치치와나공주 출현

신상성 소설가 (용인대 명예교수)

신상성 소설가 | 입력 : 2023/04/19 [12:39]

  © 무예신문


헬로우!!

태권도 도장 현관문에 화려한 실루엣이 떴다.

엉? 

허리를 굽혀야 현관문에 들어올 정도로 키가 큰 외국인이다.

헤이잉! How are you! I’m chichiwhna! 

웬 저녁 도깨비인가? 

엉겁결에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미가 손을 내민 채 웃고 있다.

아항, 벨루치아 공국 공주님이 치치와나가 어찌한 일인가?

내가 반갑게 팔을 확 벌렸다.

오우 땅케! 하알유! 

그미가 냉큼 달려와 내 모가지를 끌어안았다.

둘이 끌어안고 온 바닥을 얼마나 뒹굴었는지,

허연 얼굴과 눈썹이 먼지투성이 도깨비로 변해 비쳤다.

 

삼겹살에 소주에 김치찌개 그미는 맛있게 목구멍에 쳐넣었다.

하늘의 천사가 즐겁게 성찬을 드시는 모습이다.

청주에서 제일 큰 ‘금나라’ 한식집이다. 

이 식당 큰아들 차영정은 중학교 때부터 소년범 경찰서 단골이다.

고교 때는 일진 깡패 두목이 되었다.

툭하면 유치장에 갇히곤 했다. 

어느 날 금나라 한식집 사장이 코리칸에게 찾아왔다.

‘제발 우리 집 요 큰 놈 사람 좀 맹글어 주십시요’ 

돈은 염려마세요. 

그래서 내가 그놈 모가지를 끌고 와 태권도 훈련을 시켜서 국가대표까지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그놈은 돈에 꾀여 서울 대형 프로모션으로 도망갔다.

배신한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금나라도 손님이 팍 줄었다.

얼마 전만 해도 음식 배달꾼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식당안을 휘젓고 다닐 정도로 바빴다.

“나 이거 증말 좋아혀”

치치와나는 일부러 충청도 사투리로 말하며 까르르 웃는다.

 


우리를 파리에서 호강시켜준 그미에게 보답하기 위해 청주에서 제일 큰 호텔을 잡아주었다.

치치와나의 여행 가방은 너무 간단하다.

슈츠백 하나뿐이다.

유럽에서 왕족이나 귀족들만이 가질 수 있는 진짜 황금 비씨카드가 있어서 그거 하나면 만사 오케이다.

구질구질하게 잡다한 것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그래서 근처 공군비행장 미군 장교 호텔로 안배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미는 굳이 한국적인 게 좋단다.

나는 호텔 맨 위층 제일 전망 좋은 방을 잡았다.

 

“너 어캐 여기 촌구석까지 알고 왔어?”

“카레나에게 당신 전화를 물어봤는데 안 가르쳐 주던데”

“그래애?”

“그래서 서울 국기원에 전화해서 여기 주소를 알아냈쪄” 

“근데 그때 니 사촌 언니 재판은 어떻게 됐어?”

“으음, 아직도 힘들어……. 머 세상 다 그런 거지 뭐”

그런 거야.

 

그때 런던에서 그의 언니와 사우디 왕자와의 세기적 이혼 재판에서 처음 만났다.

1조 8천억인가 얼만가 위자료가 떨어졌던가?

“이게 뭐야? 그런 건 골치 아파”

당신 보고 싶어서 드론 타고 급히 왔능뎅.

일개 왕국의 공주가 아무것도 아닌 일개 운동선수를 찾아 이캐 한국까지 오다니?

 


그미가 뜬금없이 눈물을 흘렸다.

헐, 이상하네….

여자들은 왜 이럴 때 우는 거지?

감정이 가장 극한적일 때 눈물로 폭발하는가 보다.

남자들은 이럴 때 허허롭다.

하늘을 보며 그냥 허허롭게 웃을 뿐이다. 

잘 울지 않지만, 울음 이상이리라.

 

구칠이와 DMZ 미군 부대 하우스 보이 시절에도,

그렇게 구둣발에 짓이겨 죽어가면서도 공포보다 그냥 헛헛했다.

언뜻 뒤돌아보니 창피하기도 하고 애절하기도 한 과거사이다. 

이캐 청주 고향으로 내려와 마음을 잡고 일을 해보려는데,

구칠이와 은짱이가 차례로 찾아와 옛날을 회상했던 것 같다. 

더구나, 카레나까지 곁들여 어째 요즘은 과거 회귀 스토리텔링이다. 

 

그미답지 않게 지난번에도 밤낮으로 울어대어서 화천에서 도망 나온 것이 아닌가.

그런데 치치와나도 한국까지 와서 이렇게 또 울어대다니?

임인년 새해가 되었으면,

시베리안 호랑이같이 날쌔게 날라가야 할 시간이 아닌가.

우울한 과거 시간에 잡혀 있었다니? 뭔가 좀 억울한 생각도 든다. 

누구에게 억울하게 생각해야 하나? 그것도 애매하다.

 

* 20화(끝)

 

※웹소설-발끝에 채이는 블랙홀은 픽션입니다.

신상성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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