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나는 카페 창가에 턱을 괴고 앉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봐, 이제 일어나, 어두운데 어디 가서 짜장면이라도 먹어야지” “아냐, 나는 당신 얘기를 더 듣고 싶어” “엉, 당신이라니? 맨날 야, 쟈, 하더니 오늘 공주님 어캐 됐시유?” “나, 오늘 좀 진지하당... 당신... 대단해!” “야, 뭐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따온 게 어디 나뿐이냐?” 올림픽공원 오륜회 벽에 가면 역대 이후 1,000여 명은 넘는다. 그래두 그게 아냐, 그렇게 메달을 획득하기까지 그 정신력이란, 그미는 울고 있었다. 아니 천하 말괄량이가 이캐 울 때도 있냐?
코리칸은 속으로 좀 놀래었다. 지금 그미는 DD그룹의 주요 프로젝트의 하나인 메타버스 부동산 네트워크 작업에 계속 매달려야 한다. 그만해도 머리가 터져 나갈 텐데 고작 운동선수 일생에 신경을 쓰다니? 맞았어! 저번 파리 프갓탤 이후, 좀 우울증이 있는 것도 같았다. 사람이 무엇이든 한 가지에 너무 과도하면 조혈증, 공황증이 생긴다던가. “카레나 공주님, 일단 화천 별장으로 갑시다. 여기는 좀 답답혀”
코리칸이 라면을 끓여왔다. 근처 축제장에 가서 산천어도 라면 국물에 같이 넣었다. 비릿한 냄새가 이상하긴 해도 워낙 배가 고팠다. 화천 대이리 별장은 밤이 되어 축제의 환희로 더욱 찬란해졌다. 울면서 고집을 부리던 카레나도 라면 냄새에 젓가락을 들었다. 그미가 마늘 가루와 치즈 가루를 뿌리자 비릿내도 싸악 가셨다. “여보, 이 별장을 당신에게 줄까?” “엉, 여보라니?” 점점 더 이상해지는데? 당신에, 여보에? 전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단어이다. 우리 좀 일찍 자자우, 공주님께서 너무 신경 쓰시는 거 같아. 내일 아침, 해가 반짝하면 정신이 제대로 돌아올 꺼야,
누군가 깨웠다. 잠깐 실눈을 뜬 코리칸의 망막에는 달빛을 머리에 이고 서 있는 큰형이 비쳤다. 미소 띤 얼굴도 분명히 보였다. 그 길로 큰형은 코리칸을 둘러업고 무조건 뛰었다. 큰형은 동네 그 행상 아주머니를 졸라 그가 간 곳을 알아내었다. 큰형은 코리칸의 손목을 잡고 한 달 만에 서울까지 왔다. 가도 가도 산과 들, 하늘과 철길뿐이었다. 코스모스 핀 철길도 걷다가, 화물차 간에 숨기도 하며 서울역까지 올라왔다.
먹고살게 없어서 결국 나를 쫓아 보낸 아버지가 그렇게 보고 싶을 수가 없었다. 그날도 똥통 청소를 하지 않았다고 주인마님이 아침부터 밥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코리칸은 큰형에게 즐거웠던 일만 있었다고 거짓말했다.
밥상에는 늘 노란 달걀이 놓여 있었고, 고기를 달라면 선뜻 마당의 닭도 잡아주곤 했다고 떠벌렸다. 어쩌면 그것은 그런 꿈을 간절하게 꾸었던 환상인지 모른다. 형도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들판의 콩이나 옥수수를 튀겨 먹기도 하고, 메뚜기나 뱀을 잡아다 구워 먹기도 하면서, 철길을 따라 남쪽 끝에서 서울까지 올라왔다. 기찻값이 없어서 거의 한 달을 걸었다. 방향을 알 수가 없어서 경부선 철길이 유일한 나침판이었다. 때론 외딴 오두막집 헛간에서 새우잠을 잘 때도 있었다. 시골 농가에선 인심이 좋아 땅속에 묻어둔 고구마며 씨감자를 삶아주기도 했다.
서대문 행촌동 달동네 양철 움막집, 쓰러져 가는 거적문을 밀치고 들어서자 아버지는 돌아앉았다. 작은형과 누이들이 아버지 눈치를 살피며 코리칸의 볼때기를 잡아당겼다. 큰누이는 굶어 죽었을지도 모른다며 매일 울었단다.
그날 밤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 좁은 방 하나에 다 같이 잤다. 한 이불 속, 사방에서 다리를 겹쳐 놓은 채 잤다. 정말 오래간만에 서로의 발바닥과 허벅지를 끌어안고 잠들었다. 비나 눈이 오면 줄줄 새는 오막살이지만, 우리에겐 캥거루 가족같이 아늑한 곳이다. 2년 만에 경주시 감포에서 도망 왔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아버지는 여전히 마른기침하며 통나무 달구지를 끌었고, 작은형은 영양실조로 얼굴빛이 더욱 노랗고 변색되어 있었다. 음울한 아랫목에서 종일 노란 호박꽃으로 피었다 지곤 했다. 큰형은 서울운동장 옆 목공소에서 보조를 했다. 그동안 숙련공이 되었을 텐데도 월급이 전혀 오른 것 같지 않았다.
큰누이 역시 구파발 뜨개질 공장에 붙박인 채이고, 작은누이가 독립문 영천시장 생선가게 일을 도와주었다. 저녁이면 일당 대신 생선토막을 얻어오는 게 유일한 변화이다. 덕분에 우리 식구들은 이따금 고등어나 갈치를 잡탕으로 끓인 생선 국물 맛을 볼 수 있었다. 때로 꼬랑댕이 살이 붙은 꽁치나 멸치라도 섞이면 행운이다. 그것은 아버지에게 먼저 드렸다.
그러던 어느 날 코리칸이 독립문 파출소에 잡혔다. 아버지에 의해서 끌려 나오던 날, 코리칸은 이제 죽었구나!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한참 눈감은 채 돌부처처럼 앉아있던 아버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코리칸아! 너 그렇게 배가 고팠더냐?” 아버지의 떨리는 듯한 목소리는 그때 처음 들었다. 아버지는 하나님 아니면 염라대왕이었다.
그러나 그 떡은 내가 먹으려는 것이 아니고 병든 작은형에게 갖다 주려던 것이다. 아버지는 거의 말이 없었다. 이따금 무뚝뚝한 명령이 전부였다. 그러면서도 화를 내거나 큰소리친 적도 없었다. 저녁이면 길거리 신문이나 폐지를 손수레에 모아 팔았다.
또는 주말에 당신이 일하는 인쇄소의 한자책을 읽는 게 전부였다. 술에 만취된 모습도 그날 밤 처음 보았다. 아버지의 물음에 아무 소리 못 하고 떨고 있는 나에게 아버지는 소주를 사 오라고 시켰다. 내친김에 나는 소주 한 병 더 사다 마음껏 드시라고 했다.
그날 당신은 열무를 꼬랑댕이째 우겨놓고 사발에 가득 따른 소주를 마셨다. 냉수 마시듯 들이키는 걸 보고 식구들은 울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겉으로 눈물을 보이지 앓았다. 우리가 밥을 먹을 때는 열무김치 한 줄거리에 밥을 세 번 이상 떠먹게 했다. 열무 세 줄거리에 꽁보리밥 한 사발을 다 비우도록 했다. 가랑이가 찢어지게 가난한 데다가 송아지만 한 식구들이 8명이나 엎드려 있었다.
이 대목에서 카레나는 아예 엎어져 어깨를 떨며 심하게 울었다. 자기가 살아온 세계와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리라. “이봐, 이런 얘기를 왜 이제 하는 거야?” “머, 굳이 지저분한 얘기를 굳이 할 필요가 없잖아” “우리 사이는 달라…. 장천화 애인을 보고 내가 생각한 게 좀 있어” 강종한, 배무정, 장은경 스토리에 많은 걸 생각했어.
헐, 증말 뿅 같네그려, 나이도 그렇고 여러 가지 여건이 안돼. 여보, 요즘 이준석 보세요? 3040 세대가 야당 대표도 되쟎아. 오늘 이후부터 만28세 고교생도 투표권이 있고, 대통령 후보로도 나올 수 있어. 세상이 변혁되고 있어! 북한 김정은도, 프랑스 마지꽝 총리도 다 30대 아니야, 당신은 태권도 실력이나, 자질이나 모든 게 충분해, 선거 자금은 나만 믿어!
* 1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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