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웹소설-발끝에 채이는 블랙홀] 7-2. 벨기에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

신상성 소설가 (용인대 명예교수)

신상성 소설가 | 기사입력 2023/01/20 [11:12]

[웹소설-발끝에 채이는 블랙홀] 7-2. 벨기에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

신상성 소설가 (용인대 명예교수)

신상성 소설가 | 입력 : 2023/01/20 [11:12]

©무예신문

 

나중에 알았지만, 그 전봇대 선수가 당시 전국 고교대회 최종 우승자였다.

나는 이튿날부터 강종한 관장의 특별지도를 받았다. 

나는 당시 청주 시외버스터미널 등 암흑가를 휩쓸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오송역 앞 야간중학교에 나갔다.

 

20세 넘는 또래 영감 중학생도 더러 있었다.

그중의 하나가 단짝인 무칠이었다. 

그러나 무칠이는 대전 조폭들끼리 패싸움에서 시체가 되었다.

나중에 무심천에서 그의 시체를 찾아 화장시켜 주었다.

그리고 북청주 조폭 단에서 검은 손을 씻었다. 

마지막 죽기 아니면 뻗기로 태권도 도장 문을 두드린 것이다.

조폭 세계에서는 배신자에게 좋은 선물도 한다.

 

그들은 우리 집과 도장을 돌면서 나를 찾아내 조졌다.

불에 달군 쇠꼬챙이에 맞아가며 그래도 나는 도장을 지켰다. 

도장에서 새우잠을 자가며 샌드백을 쳤다. 

그날 얻어 맞은 만큼 샌드백을 갈겼다.

발등, 손등 가죽이 몇 번 벗겨져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관원들이 집으로 다 돌아가고 혼자 남았다.

내 그림자와 함께 밤 3시까지 줄넘기도 했다.

무엇인가 모를 분노와 원한을 샌드백으로 풀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원망이다.

우리 집은 왜 이렇게 가난할까.

 

부모·형제들도 비참하다.

조폭들이 쇠꼬챙이로 등뼈의 내 꼬리도 달구었다. 

그래도 조폭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버텼다.

“야, 이 개새끼들아 내 시체나 가지고 가아!”

악에 받쳤다.

 

 

어느 날, 폭우가 쏟아지던 밤이었다.

누군가 내가 누워있는 소파 곁으로 다가왔다.

순간 나는 곁에 준비해 둔 시퍼런 부삽으로 올려쳤다.

그림자는 잽싸게 피했다. 

다시 내리찍었다. 

 

또 두목이 보낸 자객이리라. 

엉? 그런데 여느 때와는 달리 여러 명이 아니라 딱 한 놈이다.

한밤중 살벌한 피칠 싸움이다.

그런데 상대는 무기가 없이 치고받았다.

말로만 듣던 인왕산 택견 할베 같았다. 

뜬금없이 전등불이 팍 터졌다.

 

어엉? 강종한 사범이 아닌가?

아니 스승님? 나는 즉시 무릎을 꿇었다.

“아냐, 어서 일어나”

그동안 너를 한 달간 쭈욱 지켜 보아왔다구.

저 조폭들은 나한테 맡겨!

그리고 내일부터 정식 관원으로 도복을 갈아입어라.

이튿날부터 강 관장 특유의 태권도 스텝과 공중회전 돌려차기 비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 샌드백 가죽 위에 무칠이의 가난한 눈동자가 비쳤다.

행방불명 된 아버지 그리고 가출해 나가 돌아오지 않고 있는 큰형의 자상한 거미손도 있었다.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의 얼굴도 겹쳤다. 

어머니는 내가 세 살 때 나를 낳다가 돌아가셨단다.

나는 샌드백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때렸다.

샌드백을 터뜨리면 그 속에서 어머니와 큰형과 구칠이가 다시 살아나올 듯이 때렸다.

 

손날, 발발 끝이 피멍이 들어 갈라 터졌다.

어깨 끝이 저리고 목 뒤의 근육이 경련도 일으켰다.

때로 전신 마비증세가 와도 쉬지 않고 갈겼다. 

부엌칼로 날고기를 자잘하게 다지듯 또는 해머로 시멘트 블록 터뜨리듯 온 힘으로 손끝, 발끝 그리고 공중 돌려차기를 했다.

줄넘기도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밤 자정 1080번 했다.

부처님의 108번뇌라던가, 그 열 배를 뛰었다.

느기미, 죽기 아니면 뻗기다.

 

 

강종한 사범의 말 한마디를 불경 구절같이 받들었다.

그러면서 한국 태권도계를 돌격해 나갔다. 

약 1년 후, 강종한 관장은 스파링 상대도 붙여주었다.

석 달 후, 출전하는 전국체전 충북 고등부 대표로 뽑아주었다.

물론 도 대표가 되기까지 시련도 많았다.

충북 도내 많은 강적들과 겨루어 나가야 했다.

그 후보들 가운데는 현금배도 있었다.

 

나는 매일 새벽 타이어 5개를 끌고 무심천을 돌아와야 했다.

뼈가 녹는 강훈이다.

전국체전 약한달 전부터 매일 30명씩 붙어야 했다. 

오전, 오후, 저녁 하루 세 번씩 10명과 대련했다. 

상대는 대전시와 충북도 내 각종 메달리스트들도 있다.

그들도 자존심을 걸고 매트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강 관장이 꽹과리를 3번 치기도 전에 쓰러졌다.

한번 칠 때마다 10분간 대련이다

 

 

체전 일주일 전이다.

강 관장이 다시 꽹과리를 들었다.

나의 주특기인 공중회전과 뒤로 3단 돌려차기에 앞에서 그들은 뒤로 자빠지거나, 옆으로 나뒹굴었다. 

아예 매트 밖으로 붕! 나가떨어지는 그들은 하나의 고무풍선 같았다.

나는 한 달 굶주린 표범같이 강 관장이 매트 안으로 던져주는 토끼며 여우, 늑대들의 숨통을 간단하게 끊었다.

 

그중에는 코뼈가 부러져 나가거나 귀청이 찢어지기도 했다.

또는 피똥을 갈기고 업혀 나가기도 했다.

근처 각 태권도장 관원들을 다 동원해도 모자랐다.

강종한 관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마 백 년 묵은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 기분이리라.

 

“야, 송 코리칸! 네 손날, 발날은 쇠절구공 같아,”

칭찬에 인색한 그는 새삼스럽게 내 주먹을 여기저기 꼬집어 보았다.

“이제부터 너는 세계적인 선수가 될 거야. 무엇보다 네 정신력이 좋아”

그러나, 절대 방심하면 안 돼. 태권도 인생이란 거 뻔하잖니? 남의 피를 먹고 사는 인생인데 오죽하겠어? 

그것도 개 패듯 때려서 상대의 피를 보아야 하는 스포츠야.

 

(*) 7화. 끝

 

※웹소설-발끝에 채이는 블랙홀은 픽션입니다.

신상성 소설가
  • 도배방지 이미지

웹소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