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발끝에 채이는 블랙홀] 7-1. 벨기에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신상성 소설가 (용인대 명예교수)
세계선수권대회 벨기에 태권도 경기장이다. 주심 레프리에게 경고를 한번 받고도 계속 도망 다니는 알베르트를 보고 관중들이 야유와 함께 폭소를 쏟아냈다. 그는 내가 쫓는 방향에 따라 왼쪽으로 돌았다가 오른쪽으로 돌았다가 허둥대었다.
그러다가 다시금 크린치! 하려는 순간 나는 약간 비켜서면서 그의 턱을 뒤로 돌려차기로 한 방 올렸다. 그의 몸이 공중으로 빵! 뜨면서 매트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관중들이 일제히 괴성을 지르며 환호했다. 열광하는 관중들은 모자며 머플러를 벗어 던졌다. 웃옷도 벗어서 휘둘렀다. 통쾌한 한판승에 관중들이 난리 났다. “우와아, 쏭 쏭 코리칸!”
이곳 벨기에에 오기 전에 올림픽 파견 최종 선발전도 치렀다. 마지막 현금배 선수도 나의 왼손 어퍼커트에 걸려 매트 밖으로 떨어졌었다. 허리를 완전히 낮춰서 올려치는 뒤돌아 돌려차기였다. 발끝이 뻗치는 순간 온몸의 중량이 발날 끝 초점에 모아진다. 나만의 오랜 기술개발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무적무패를 자랑하는 현금배 선수였다.
그를 낚싯대 끝에 잉어 달아 올리듯 매트 밖으로 패대기치자 태권도계가 경악했다. 전혀 생소한 무명 촌뜨기 선수가 연전연승 끝에 결국은 마지막 강호인 현금배까지 간단하게 꺾어버리자 뒤집혔다. 국기원 천정이 하늘로 올라갈 듯이 관중들은 충격을 받았다. 올림픽에 선발될 때까지 나의 전적은 37전 37승인데 전부 KO승이었다. 그 KO도 모두 3라운드 이내에 길게 눕힌 것이다. 아무리 화살같이 빠른 발차기라도 내 눈에는 슬로 비디오 같이 천천히 다가올 뿐이었다.
그러니 나는 상대의 주먹을 쉽게 피할 수 있다. 내가 상대방에게 맞아도 강아지 손바닥에 맞는 정도이다. 오늘이 있기까지 나에겐 강종한 관장이 있었다. 또 하나의 아버지 같은 보호막이다. 명장이 있어야 명마가 난다고 했던가.
어쨌든, 강종한 사범과의 인연이 없었더라면 나는 아직도 북청주 일대 양아치로 끝났을지 모른다. 또는 국립호텔 교도소에 들락거리며 썩어갔을지 모른다. 나는 붙었다 하면 누구에게든 실컷 맞아야 시원했다. 포댓자루 속 개가 보신탕 주인에게 몽둥이로 찜질 당하듯 온몸이 잘근잘근 멍이 들도록 맞아야 사이다 마신 것 같다.
냉동실에서 냉사이다 마시듯 통쾌했다. 매트 위에서 상대 선수에게 얻어맞는 정도는 여자들 화장할 때 얼굴에 두드리는 콤팩트 스폰지 정도이다. 그래서 강종한 사범은 내 얼굴 가죽을 만져보더니 곰 발바닥 가죽 같다고 했던가.
그토록 나는 어려서부터 무지하게 맞았다. 집 안에서는 별로 맞은 기억이 없고 주로 집 밖에서 맞았다. 말하자면 사회적으로 맞았다. 어렸을 때는 돈이 없다고 또래들에게 돌려가며 맞았다. 중학교 때는 키가 작다고 왕따 당하고 얻어터졌다. 고교 때는 일진에게 끌려다니며 맞았다.
대충 그런 식으로 내 몸은 짓밟혀 온 것 같다. 그러니 우선 맷집 좋은 나는 곰 가죽이 안 될 수 없었다. 매트 위에 올라서면 겁나기보다 오히려 시원했다. 강펀치일수록 마사지하는 것 같아 알록달록 상쾌했다.
그러던 내가 북청주 태권도 도장 문을 처음 두드렸다. 청주에서 큰 경기 때마다 먼발치에서만 보아오던 강종한 관장을 그때 그 도장에서 만났다. 경기 때마다 몰래 들어가 태권도 격기를 보는 게 즐거웠다. 강 사범이 늘 주심을 봤는데 너무 존경스러웠다. 세상에 아버지 빼놓고는 제일 짱이다. 그와 맞부딪쳤을 때의 첫 번째 감격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강종한 사범은 머뭇거리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다짜고짜 매트 안으로 집어넣었다. “머야, 임마! 여기까지 왔으면 함 뛰어보래” 헤드를 처음 써본 나는 좀 어리둥절했다. 매트 안에 엉거주춤 밀려 들어섰다. 키 큰 전봇대 선수 앞에서 나는 순식간에 양훅과 명치를 정확하게 얻어맞았다. 숨이 막히면서 헛구역질이 났다.
키가 나보다 두 배는 커서 그의 배꼽밖에 안 보였다. 나도 모르게 또 생오줌을 갈겼다. 다음 순간 양쪽 눈에 별똥별이 튀었다. 수치심과 함께 본능적인 분노가 분수로 솟았다. “에라이 쌍, 붙어부자!
나는 태권도 스텝이고 뭐고 평소 싸움하던 버릇대로 저돌적으로 치고받았다. 나의 주특기인 박치기와 뒤로 돌려차기 등 마구 내질렀다. 악에 받쳐 개구리 뜀뛰듯 하며 덤벼들었다. 전봇대는 결국 엉금엉금 기더니 일어나질 못했다. 개구리 뻗듯 엎어져 있는 그를 강 사범이 똑바로 눕혔다.
그리고 내 헤드기어도 벗겨주었다. 그때서야 나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주위에 둘러서 있던 태권도 관원들이 매트로 올라와 전봇대를 들쳐업고 내려갔다.
※웹소설-발끝에 채이는 블랙홀은 픽션입니다. <저작권자 ⓒ 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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