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또는 거의 십여 년간 대학훈련단에서, 진천선수촌 등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같이 살아온 선후배들이 아닌가. 어쩌면 가족들보다 더 오랜 시간 동고동락해 온 가족 이상이다. 그러나 때로 의외의 외풍에 갈등이 생기거나 심지어 쫓겨나가기도 한다. 특히 국가대표나 올림픽 출전 선발전 때에는 학연, 지연, 정치성 문제 등 갈등이 증폭되기도 한다.
“태권도계뿐이 아니라 대한체육회 전 종목이 아수라장입니다” 협박 공갈 음모가 난무한다. 최근 언론에서도 빙상의 심석희, 배구의 이재영 자매 등 어두운 풍선이 쉬지 않고 터진다. 그런 부정적 결과가 올해 도쿄 올림픽에서 태권도 분야는 노 금메달이 아닌가.
“태권도 올림픽 역사 이래 참혹한 한 줄을 긋게 되었어요” “유도 종목도 참담하지요” 여기 시범단에서도 코리칸이 정신배에게 최근 밀려난 것이다. 아갓탤이든 프갓탤이든 사실 코리칸이 계속 주장으로 남아 있어야 하고 절정의 현수막도 그가 펼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전통적으로 올림픽 메달박스는 태권도, 유도, 복싱 등이다. 외국 선수단에서는 볼 수 없는 비리와 모순이다. “외국 체육계는 실력 위주의 엄정한 시스템입니다”
“이봐, 정 선수! 자네 정말 잘 리더했어, 축하해!”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다소 떨고 있었다. 코리칸이 다시 그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야, 오늘은 센강 불고깃집에서 내가 쏜다!”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이 소리쳤다.
“아네요, 코리칸 사모님도 왔으니까, 우리가 내지요” “맞아요. 우린 아갓텔에서 받은 상금만 100만 달러에요” “어? 나는 사모님이 아니에요. 우린 결혼도 안 했는데요?” “그럼 동거녀예요?” “요것덜, 말 버르장머리 봐라” 마침, 오늘 행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이다. 마무리 시간에 맞추어 카레나가 코리칸 손목을 반강제로 잡아끌고 왔던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보다 더 화려하다. 1차 저녁 식사는 이사장이 한식집에서 쏘았다. 2차는 카레나가 나이트 제일 큰 방을 통째로 전세 냈다. 시범단 감독과 코치 등 노인들은 자리를 미리 비켜주었다. “제가 자살 예방을 한 건 했지요” 모두가 토끼 눈으로 카레나의 입술을 주시했다.
“엄머? 언니는 사업가가 아니고 센강 자원봉사자예요” “한국이 청소년 자살률 세계 제1위라쟎아, 여기두 그렁가?” “헐, 제가 목숨을 살린 건 청소년이 아니라 어른이에요” 곁에 있던 코리칸이 그미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모두들 독한 막춤에 코냑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바로, 요 아저씨예요, 지금도 우울증에 체포되어 있지요” “아니, 술맛이 확 깨넹? 증말 코리칸 오빠 맞아요?” “맞아요, 맨날 죽고 싶다고 노래하고 다녔으니까요” “엥, 농담이이겠지”
리혜왕 선수가 손을 내저으며 부정했다. 정신배 주장만 혼자 머리를 끄떡였다. 코리칸과 정신배는 인용대 선후배 사이이며 오랜 형제이다. 친형제 이상으로 약 9년간 국가대표로서 같이 살아왔다. 개인적으로 정신배는 3년 위인 코리칸을 깍듯이 모셨다. 라이벌이기도 하지만 흙수저 출신인 형을 정말 존경했다.
여의도 금빼찌에다가 부동산 갑부였다. 춘천 땅 절반은 그의 아버지가 긁어모은 것이다. 아들 하나만큼은 세계 최고의 올림픽 선수로 키우고 싶었다. 코리칸은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시범단으로 편입되었다. 그러나, 정신배는 아직 부상이 없는 현역 국가대표 선수이다. 굳이 시범단에 편입될 이유가 없다.
그런데 할리우드 아갓탤이 요즘 세계적으로 뜨니까, 그의 아버지가 시범단 주장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그거야 간단하다. 여의도 금빛과 백지수표 몇 장만 관계자들에게 날리면 끝이다. 정신배 본인은 아빠에 대항하여 손목 자해 소동까지 벌였다. 그러나 부친도 굽히지 않았다.
“사실 아갓탤 절정인 공중회전의 비밀을 내가 알지요” 의외의 발언에 여성 부주장 선수의 앞니로 집중되었다. “야, 여기서 끝내자, 이런 천국에 와서 먼 훼방이냐?” “우리가 남이가?” “언제까지 쉬쉬할 필요 없이 이 판에 화끈하게 해요” 카레나도 거들었다.
“그때 낙하 때 코리칸 오빠 등을 민 것은 정 선배가 아녜요” 토끼 눈을 더 크게 뜬 것은 코리칸이었다. “어어? 그럼?” “나예요!” 그미가 탁자 위에 엎드렸다. 이제까지의 소문이 뒤집히는 순간이다.
리혜영 선수가 다가와 그 언니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이게 머, 뒤집히고, 그 사실이 또 뒤집히고, 어지러워” “원래 이 세상이 뒤집기 아녜요” 그미가 눈물이 범벅이 된 채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오빠, 절 죽여주세요” 코리칸이 그미를 가만히 일으켰다. “코리칸 주장님, 내일부터 우리 시범단에 돌아와 주세요” 그게 아니면 우리 모두 짐을 챙겨 귀국할 겁니다.
(*) 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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