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공연 프로그램은 절정이다. 두 눈을 태권도 검은 띠로 싹 가린 선수들 십여 명이 칼끝에 매달린 송판을 3단 돌려차기로 격파하는 시범이다. 눈을 가렸기 때문에 종소리에 따라 대상 물체 가까이에 간다. 그 근처에서 감각으로 760도 회전해서 발끝으로 차내야 한다.
쾅! 쾅! 쾅! 송판이 깨져나갈 때마다 대포소리가 유리창에 반사되었다. 눈을 가린 채 장님의 눈으로 때리다니? 자칫하면 칼날에 발목이 간단히 잘리는 수도 있는 게 아닌가. 정확한 각도가 아니면 발끝의 핏물이 솟구칠 것이다. 앙, 어떡해애? 관중들의 깊은 한숨 소리…….
그때 무대 한쪽에서 사회를 보던 흑인 테리크르즈가 송판 파편에 여러 차례 얼굴을 얻어맞았다.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무대 아래 심사위원석으로 뛰어 내려왔다. 그리고 마구 뛰어다니며 고함질렀다. - 이건 지구상에 없어! 저건 사람이 아니고 원시인들이야! 심사위원석을 돌며 감동의 주먹을 흔들었다. 그렇게 정확하게 두꺼운 송판을 종이짝 같이 찢어버린다니? - 여러분, 더 이상 심사할 필요가 없어요! 엉, 이건 반칙 아니야? 사회자가 사회를 보다가 중간에서 뛰어 내려오다니?
그 사회자도 물론 심사위원의 하나이지만 공연 도중 흥분하여 심사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엄연히 반칙이다. 그러나 관중들 누구 하나 항의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옳소! 옳소! 테리크르즈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마지막 프로그램 순서이다. 의외로 전통 한복으로 싹 갈아입은 남녀선수들이 종합무술을 한꺼번에 시범했다. 태권도의 기백, 혼백, 영혼을 단번에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팀 주장이 아파트 5층 정도까지 올라갔다. 7회전 공중회전을 보여주며 현수막을 세로로 떨어뜨렸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태권도! 그리고 ’아리랑‘이 빵 터졌다. 웅장하게 그리고 힘차게 BTS 배경음악으로 터졌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오…. BTS의 선율이 울리자 관중들 모두가 일어나 서로의 어깨를 얼싸 잡았다. 그리고 같이 한껏 소리쳐 합창했다.
음악의 힘이란 무섭다. 태권도의 감동이란 더욱 무섭다. 이렇게 세계인을 하나로 단숨에 묶어내다니. 이게 바로 휴머니즘이다.
말로만 떠드는 협력이 아니라 마음으로 동감하는 정서이다. 어떻게 서로 모르는 관중들이 하나같이 ’아리랑‘ 합창하는가.
이때서야 어디서 나타났는지 KBS 등 카메라들이 현장을 중계했다. 국내공연 때는 전혀 냉담하던 방송국들이 아닌가. 거꾸로 외국에서 환영을 받자 뒤늦게 카메라를 들이대었다. 더욱 절정은 현수막 글귀이다. 공중에서 터지는 대형풍선들이 오색가루 색종이를 뿌렸다. 순간 정중앙에 현수막이 가로로 쫘악! 펼쳐졌다.
‘Peace is more important than victory!’ ’승리보다 평화가 더 중요하다! 감격 속의 감격이다! 싸움을 잘하는 것보다 인류의 평화가 더 소중하고 절실하다. 심사위원 4명의 황금 부저가 차례대로 터졌다.
끝까지 침착하게 지켜보던 샤이먼이 결국 일어섰다. 오마이 갓! 그리고 극찬했다. 한국의 독특한 안무, 퍼포먼스 고유 한복 의상 등 스펙터클!! 태권도는 공격보다 수비 그리고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하다 ‘절도, 절제, 예의, 격파, 파괴력!’ “이것은 그대로 압살, 충격이다. 우리 아갓탤 국제행사 실시 이후 처음으로 큰 감동입니다” 그리고 최종 심사결과 발표를 했다.
“한국태권도시범단 최종우승! 상금 100만 달러!” 심사위원들과 관중들이 일제히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코로나로 거의 1년간 갇혀 있던 시민들이 오랜만에 한껏 소리치고 기쁨의 눈물을 터뜨린 것이다. 환호의 도가니, 감동의 항아리, 한국 태권도시범단 절정이다.
샤이먼은 눈물을 계속 훔치며 다음 말을 이었다. “한국팀 공연 경쟁은 이것으로 끝! 곧바로 결승전 티켓!” 그리고 또 라스베이거스 공연권입니다 앙, 장내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오징어게임 배경음악이 터졌다. 멀리 아리랑도 계속되었다.
그러나 관중들 속에서 단 한 사람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1만여 명 관중 속에서 반대로 눈물을 보인 사람은 누구일까? 뒤에서 그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은 또 한 사람의 여인도 눈물을 훔쳤다. 다행히 누구도 이들의 이상한 모습을 본 사람은 없는 것 같다.
(*) 제1화.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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